의료사고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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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료사고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
  • 입력 : 2019. 08.03(토) 17:10
  • 조도환 논설위원
의료사고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

미필적 고의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하고 또 이를 인용하는 것을 말하며, 조건부 고의(條件附 故意)라고도 한다. 예를 들어 엽총으로 조류를 쏘는 경우 자칫하면 주위 사람에게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발포하였는데, 역시 사람에게 맞아 사망할 경우 미필적 고의(未必的 故意)에 의한 살인죄가 성립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 이를 고의범이라 하여 살인죄로 물을 것인가, 아니면 과실치사죄(過失致死罪)로 취급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는데 이는 대단히 미묘한 문제이다.
왜냐면 그에게는 분명히 살인의 고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에게 맞더라도 할 수 없다고 하는 태도는 사망이라는 결과의 발생을 인용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하여 보통의 고의범(故意犯)으로 취급(取扱)된다. 「어쩌면 하는 고의」라고는 하는 정도의 고의, 즉 「미필의 고의」로서 취급된다. 이에 반하여 조류를 쏜 경우 주의에 사람이 있음을 인식하고는 있으나 자기의 솜씨라든가 행운같은 것을 믿고 결코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발포한 경우에는 만일 사람에게 맞아 그 사람이 사망하여도 그는 사망이라는 결과의 발생을 부정하고 한 것이므로 그 부주의의 점만 과실치사죄(過失致死罪)로서 다루어지는데 불과하다.
이것을 인식(認識) 있는 과실(過失)(Bewusste Fahrlässigkeit)이라 하고 「미필의 고의」와 미묘한 일선에서 구별된다. 즉 미필적 고의와 인식 있는 과실은 다같이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으나 미필적 고의는 그 가능성을 긍정하고 있는 점에서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부정한 인식 있는 과실과 구별되는 것이다. (법률용어사전, 2016. 01. 20., 이병태)
살인죄의 범의는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 · 예견하는 것으로 족하지 피해자의 사망을 희망하거나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고, 또 확정적인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로도 족하다(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3612 판결).

반면 고의란 자기의 행위가 일정한 결과를 발생시킬 것을 인식하고 또 이 결과의 발생을 인용하는 것을 말한다. 과실에 대하는 말이다. 형법에서는 원칙적으로 고의의 경우만을 처벌하고 과실의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기 때문에(형법 제14조), 고의와 과실과의 구별이 중요하다. 그러나 사법상 고의는 책임을 발생시키는 조건으로 과실과 동일시 취급받는 일이 많고(민법 제390, 750조), 법문상에도 과실이란 말이 고의를 포함하는 때가 많다.
따라서 사법상은 고의와 과실의 관념상 구별에 관하여 형법과 같이 크게 논의할 실익이 없다. 그러나 그 실익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에 있어서 채권침해의 경우에는 침해자의 고의가 요구된다고 해석하고 있으며 또 효과에 있어서 고의로 인한 불법행위의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에 의한 손해라고 볼 수 있는 것을 배상액에 산입 한다고 할 것이다. (법률용어사전, 2016. 01. 20., 이병태)
불법행위에 있어서 고의는 일정한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알면서 감히 이를 행하는 심리 상태로서, 객관적으로 위법이라고 평가되는 일정한 결과의 발생이라는 사실의 인식만 있으면 되고 그 외에 그것이 위법한 것으로 평가된다는 것까지 인식하는 것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1다46440).

이번주 국민의 분노를 산 뉴스가 한 일간지에 보도되었다.
"12살 아이의 영구 치아도 갈아···450명 공포로 몰아넣은 치과의사“라는 타이틀로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치과에서 멀쩡한 치아를 갈렸다고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450명에 달한다는 것이었다. 현재 피해자들은 카페와 카카오톡을 통해 피해를 공유하고 있으며,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또 그의 의사면허 박탈을 요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모(39·여) 원장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에서 치과병원을 운영하다가 폐업하고, 2017년부터 지난 5월까지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에서 치과를 운영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만둔 김 원장이 고양시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5년 동안 그에게 치료를 받은 450명이 비슷한 피해를 봤다고 호소하고 있으며, 김 원장이 치아를 모조리 갈아내는 등 과잉 진료를 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이 운영하던 병원을 2019년에 인수한 김모 원장은 김 원장에게 진료를 받은 환자 대부분이 스케일링과 레진 등 간단한 치료만 해도 되는 치아 상태를 갖고 있었다고 말해서 피해를 본 환자들의 충격은 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피해자는 온라인 카페에 "내 생명보다 소중한 7살짜리의 영구치를 단순 처치만 해도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다 갈아버리고 크라운을 씌어놨다.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데, 조두순과 뭐가 다른가"라며 "이런 의사를 놔두면 여러분이 사는 근처 치과에 취업할 수도 있고 개원할 수도 있다"고 했으며, 다른 피해자는 "김 원장 때문에 피해를 보고도 벌금을 냈다"라며 "김 원장이 내 동의도 얻지 않고 일방적으로 치아를 기계로 갈아버렸다. 충치가 있다는 말을 신뢰할 수 없어서 적극 반대를 했다. 너무 이상해서 의사한테 따졌더니 의사가 '폭력과 영업방해로 고발하겠다'고 하더니 결국 벌금 200만원을 물었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피해자는 "2018년 사랑니 통증으로 병원에 갔다가 임플란트 3개와 크라운 보철 20개 시술을 했으나 2019년 다른 치과에 방문해 검진받은 결과 임플란트 식립이 불량하고 치아 교합이 안 맞아서 다시 교합해야 한다는 의견을 들었다"고 말하며 치아 사진을 공개했다. 해당 글을 본 다른 피해자는 "속이 탄다", "말이 안나온다"며 분노했다.
한 피해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김 원장의 의사면허 영구 박탈 및 의사면허 아웃제를 제안한다."는 청원도 올렸다. 31일 현재 5300명이 동의했다.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김 원장은 "환자들 상태에 맞는 치료를 했을 뿐 진료 방식에는 문제가 없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지자 피해자들은 청와대 청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가 고의와 미필적 고의를 서두에 언급한 것은 바로 위와 같은 의사의 행위 때문이다. 대부분 의사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주는 소중한 존재로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간혹 생기는 의료분쟁을 보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의료사고와 대비되는 위와 같은 사고가 종종 뉴스에 나온다. 의료행위의 특성상 의료사고가 전혀 없을 수는 없다. 다만 불가피한 사고라면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만들어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불가피한 사고를 없애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서 줄여나가면 된다. 그러나 위 사고처럼 고의성이 다분한 사고가 고의라면 그에 상응하는 강력한 처벌을 받으면 되지만, 미필적고의에 의한 사고라면 의사면허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뉴스에 나온 12세 외에 7세의 영구치가 나온 어린이의 치아도 크라운을 씌우기 위해 갈아서 평생을 고통속에 살게 만들었으며, 450여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이 평생을 고통속에 살아야 하는 심각한 사고를 친 것이다. 그러고도 의사는 정당한 치료 행위였다며 오히려 더 당당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이다. 위 사고 의사는 정말로 자신이 어떤 행위를 했는지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의든 미필적고의든 사고는 사고다. 제대로 된 처벌이 필요하다. 의사라고 성역이 있어서는 안된다. 위 사고 의사는 제대로 된 ‘인성’이 기본 바탕에 없어서 환자를 궁휼히 여기는 마음이 아니라 단자 환자를 돈으로 본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드는 사고로 보인다. 환자는 의사를 신뢰하기에 자신의 신체를 맡기는 것이다. 그 신뢰를 받은 의사는 환자를 위한 최선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그 신뢰를 고의든 미필적고의든 훼손한다면 그는 의사 자격이 없다는 것이며, 이는 의사면허 취득 단계에서 걸러야 할 것이다.
생각해보면 의사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어렵고 힘들게 의대 졸업하고 인턴, 레지던트, 펠로우 시절을 힘들게 보내는 의사들에게 ‘인성’ 교육을 할 시간이 있었던가? 전 교육과정에 ”인성, 도덕, 직업윤리“라는 과목은 전무하다. 그러한 과정도 없는데 개원을 하거나, 봉직의가 되거나 하는 이들에게 사고를 쳤다고 비난한다는 것은 비난당하는 이들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인것이다.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위와 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각 전문직에 맞는 인성교육 과정을 개설하는 것과 동시에 전 국민 인성교육을 준비해야 할 시점에 온 것이다.
의료사고를 보는 다른 시선이 필요한 이유이다.


*한국인성교육중앙회, 한국인성교육학회.


조도환 신동아방송 논설위원
조도환 논설위원 smspd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