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탐사 기자수첩) ‘카푸어 족’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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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18(월) 14:39
칼럼
(유튜브 탐사 기자수첩) ‘카푸어 족’을 아시나요?
“2-30대 젊은 여성들이여 수입 외제차 모는 남자들을 조심하라”
  • 입력 : 2019. 10.31(목) 17:22
  • 권병찬
(신동아방송 sdatv 권병찬 특집부장)

서울시내 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요즈음은 흔희 값비싼 수입 외제 승용차들을 예전에 비해 유독 많이 볼 수 있다. 성실하게 땀 흘려 살아오다 이제 막 자가 승용차를 마련하는 사람들, 자기 승용차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남성들, 누구나 모두 비싸고 유명 브렌드인 수입 외제차를 몰아보는 것이 로망인 측면도 있다.

그런데 도로를 달리다보면 좀 이상한 생각이 든다. 분명히 명차인 저 차가 운전예절이 막가파 수준이다. 깜빡이를 켜지도 않은 채 막 끼어들고(일명 칼치기), 본인이 분명히 잘못했는데 앞뒤차에 '미안하다, 죄송하다'라는 뜻의 비상등 깜박이는 커녕 운전석 유리창을 연 채 담배를 물고 피우더니 창 밖으로 보란 듯 던져 버린다. 앞 차와의 거리, 속도가 위험해 약간 늦추면 뒤에서 귀가 찢어질 정도로 빵빵 거린다. 도무지 운전메너라고는 찾아 볼 수도 없다.

모든 수입차 운전자들이 그런 것은 물론 아니지만 요즈음 도로의 흔한 광경들이다. ‘카푸어’, 기자는 처음 이 신조어를 ‘자동차는 있는데 자기 집이 없는 사람’, 또는 ‘집보다 자동차가 더 중요한 젊은이’ 정도의 의미로만 알았다.

그런데 좀 취재를 해보니 요즈음 결혼 적령기의 젊은이들에게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고 이미 유튜브에서는 이들이 ‘경제개념이 없는 일탈 명차 중독자’로 이해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구두쇠로 소문난 50대 중반 K씨는 6개월 전 20여년 동안의 대중교통 생활을 접고 일 때문에 할 수없이 국산 소나타 중고차를 한 대 구입했다. 문제는 집 앞 빌라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옆 차가 벤쯔라 항상 조심하는데도 주차장이 좁아 경미한 문콕 사건이 발생했다. 집 반지하에 사는 젊은 이웃의 차다. 벤쯔 차주가 하루는 문콕으로 자기 차를 손상했으니 보상하라는 것이다. 아무리 확인을 해도 눈으로는 잘 분간되지 않는다. 서로 간에 CCTV로 확인이 되어 보상하자는 합의가 성립됐다.

그런데 이상한 상대 차주가 이상한 말을 수정해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15만원 보상하라더니, 45만원, 90만원, 200여만원, 400만원, 900만원을 말이 달라져 협박성 강짜로 보상하라는 것이다. K씨는 화가 났지만 본의아니게 실수했으므로 자기 보험회사를 통해 “합리적으로 보상하자”며 보상했지만 상대차주는 경찰에 K씨를 고소해 버렸다. 경찰조사와 진술들을 통해 결국 K씨는 무혐의 처리가 되었고 벤쯔 차주는 거꾸러 형사처리가 된 사건이다.

20대 후반 B양은 곧 결혼할 목적으로 남성들을 소개받고 고르다 T군과의 데이트를 허락했다. 토요일 저녁 6시 약속인데 이전 3시경에 T군으로부터 전화가 와 받으니 “미리 B양을 자기 차로 태우고 레스토랑으로 모시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차안에서의 대화가 좀 이상했다. 이성간의 관심이나 취미, 좋아하는 일, 등을 묻는 것이 아니라 차에 있는 동안 내내 자기 차에 대한 자랑 밖에 없다. “출발 가속시 이 차의 100Km 도달 속도가 단 몇초”라는 둥 “얼마짜리인가?”라고 물으면 “다른 차보다 좀 비싸긴 하다”는 둥 은근히 과시만 한다. 식당 테이블에서도 접시 옆에 메너 없이 빛까번쩍하는 자동차 로고가 박힌 키를 은근히 올려 놓는다.

그런데 하늘의 도움은 화장실에서 터졌다. 남자친구가 용무로 화장실로 갔고 B양도 여자 화장실로 갔는데 약간 열린 남자 화장실 문틈으로 그 친구의 전화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아이 아줌마 저번 달은 그랬고 그것과 이번 달세는 모레가 돼야 드려요 한번 만 봐 주세요”라며 모기가 기어들 듯 우는 목소리다.

순간 B양은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유명 방송국에서 영어강사로 일하는 B양은 몇 번의 그런 류의 데이트를 했다. B양 주위를 두드리는 모든 남자가 수입 차를 모는 젊은이들이었다. 하루는 어떤 젊은이가 또 데이트를 신청하며 약속장소,시간 이전에 B양을 자기 차로 데리로 오겠단다.

그날은 추석 다음날이었다. 시골에서 어머니가 싸주신 보따리 한 가득 짐은 무거워 죽을지경이다. 자취를 하는 B양은 평소와 달리 짐 때문에 고속버스를 타고 운동복을 입었다. 버스터미널에 나타난 남자의 차는 약간 낡은 국산 소나타였다. 공손히 B양의 짐을 들고 트렁크에 넣는 그의 얼굴과 미소는 해맑았고 든든해 보였다.

미리 그는 B양이 어떤 추석을 보낼 것이라는 예감을 차 안에서 말하며 알고 있는 듯 했다. 세심하고 배려가 깊은 남자였다. 차는 소나타였지만 알고 보니 B양을 만나기 전부터 예쁘고 작은 집도 그의 힘으로 마련해 놓고 있었다. B양은 그와 결혼했다. 4년이 지난 신혼부부는 남부러워할 만큼 잘살고 있다. 기자와 친한 한 부부는 오래 전 신혼시절 빨간색 티코 경차를 타고 다녔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제네시스를 타며 존경받으며 잘 살고 있다.

30여년 동안 중고차 딜러를 한 C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20-30대가 어떻게 정상적으로 고가의 수입 외제차를 몰겠어요? 10년 전만 해도 꿈도 못 꿀일이지만 지금은 그게 가능해요. 다 딜러들도 문제지만 소비자의 허영심, 과시욕이 사람의 인생을 망쳐요. 우린 그런 사람들을 ‘카푸어’라고 불러요

이들이 선호하는 차는 대게 독일의 3사 명차들인데 일본의 렉서스, 도요타, 스웨덴의 볼보 등은 소위 카푸어족들에게 ‘뽀대“가 없어서 선호하지 않아요. 대게가 벤쯔의 E,D,S 클래스, BMW시리즈, 아우디 시리즈 그래요. 람보르기니나 페라리는 워낙 고가라 집이 재벌이 아닌 이상 카푸어족들의 차로는 거의 불가능해요“

“아니 벤쯔나 BMW라도 신차 가격이 얼마인데 가능한가요” 라는 질문에 그는 “봉급 200만원을 받는 친구라도 6,7천만원 이상하는 차를 충분히 구입하는데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게 다 수입 중고차 딜러들 문제인데 유예리스다, 무슨 4-6년 장기리스다, 고금리 장기할부금융을 이용해 이런 친구들을 꼬드겨요”라고 말했다.

문제는 자동차는 기계가 값비싼 만큼 차의 가치가 있지만 한 번 구입하면 감가상각이 적용되고 내구성 소비재라 아무리 좋은 차라도 2-3년 타고나면 잔 고장이 발생하며 소모품이 발생하는데 카푸어족들은 그런 점들을 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카푸어족이 되면 200만원 봉급에 달 150-180만원을 꼬박꼬박 모두 자동차에 쏟아 넣어야 한다. 주거임대료, 식비, 기타 자기계발비도 빠듯한데 그것은 차치하고 기름값, 리스나 장기할부 이자에 포함된 분할 자동차 가격, 주차료, 차량 운영비만 한달 180만원은 그냥 날아간다. 그런 차를 모는데 의복이나 용품도 왠만한 브렌드 제품으로는 어림도 없다.

차가 고장나기라도 하면 국산차는 엔진오일 5만원, 기타 소모품 비용이 싸지만 수입차는 그에 4배에서 10배나 비싸다. 부품에 따라 몇 백만원은 기본으로 날아간다. 안전문제 때문에 고치지 않을 수도 없다. 한마디로 차가 나의 일을 도와주는 vehicle이 아니라 그야말로 빛까번쩍 과시용 Car이며 카푸어족들은 차의 노예가 될 수 밖에 없다. 내 인생항로에 차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차에 나를 억지로 맞추어내야 한다.

초기에는 마음만 먹으면 전국 어디나 신나게 여자친구를 태우고 돌아 다니지만 2년여 정도가 지나면 차량 운영 유지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결국 하루종일, 몇 달을 기름값도 없어 어디를 가기가 겁난다. 대게 일반적인 동네에 하루종일, 몇일씩 먼지 뒤집어쓰고 있는 수입 외제차들이 거의 모두 이들 ‘카푸어 족’들의 차라고 보면 틀림이 없다.

청담동의 한 카페 사장은 기자에게 “카푸어족은 딱 보면 이런 특징들이 있어요. 20-30대 젊은 친구인데 차가 중간급 벤쯔의 E,D,S 클래스, BMW시리즈, 아우디 시리즈 틀림없구요, 테이블에 차키를 올리는 친구는 100%에요.

차는 명차인데 사는 집이 저 어디 원룸촌, 외곽 달세촌이면 100%맞구요 강남남도 100%에요, 우리집에 오는 목적은 100% 여자 꼬드기기이며 거리를 속도도 내지 않고 창문을 연채 보란 듯 천천히 운행해요.

카페에 도착하면 문 열고 내리지도 않고 한참을 담배물고 있어요. 실제 제가 아는 진짜 부자들은 그런 개념이 없어요. 저희 집 건물주도 K5 타고 다니시고요 이름대면 누구나 다 아는 진짜 좋은 회사 사장님도 낡은 그렌져 타고 다니셔요. 평범한 동네에 벤쯔, 아우디? 100% 카푸어 맞을 거에요”라고 말했다.

중고차 딜러 C씨는 “인생 망쪼지요, 십년 전하고는 달라요. 한 십년 전만 해도 진짜 부자들이 약간 과시적이거나 꼭 필요하셔서 탈 때는 차 10대 중 3-4대가 이상한 사람들이었지만 요즘 시내 돌아다니는 10대 중 9대가 그런 카푸어족 차일걸요”라고 말했다.

그는 카푸어족의 특징이 “자기 차는 누구에게 오로지 과시하기 위함만의 목적으로 자기 심장이고 분신으로 여기고 점점 다른 경제생활이 불가능해져요. 막상 차가 잔고장이라도 나면 수리비도 못내는 사람도 있어요. 인생이 중요한가요 차가 중요한가요?

차를 파는 입장이지만 저도 아들이 있어요. 요즈음 젊은이들 힘든 것은 알지만 카푸어족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수입이 월 억대고 수천만원인 사람이 좋은 차를 소유하면 누가 뭐라하겠어요? 다들 아니니까 문제지...결국 해결할 수 없는 빚덩어리만 안은채 인생이 망가지지요...”라고 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의하면 불과 6년전인 2014년 전 연령 수입차 개인구매 고객이 11만7360명이다. 이중 30대 구매자가 4만4652명으로 연령별 구매율 1위를 차지했다. 특히 20대 수입차 구매자는 9304명, 30대는 4만4652명을 기록해 2004년 수입차 구매율과 비교했을 때 19배 이상 증가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 밖에도 수입차의 비싼 유지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접 부품을 구입하거나 수입 중고차를 거래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연간 수입 중고차 거래대수는 7년전인 2013년 17만7028대, 2013년 21만1640대, 2014년 24만7141대로 매년 약 18% 안팎의 성장세를 보였다. 수입차 판매가 높아지는 만큼 중고차 시장의 매물 공급이 늘면서 가격이 하락했고 이는 수입 중고차의 진입장벽을 매우 낮추게 했다.

글로벌 시대 우리사회도 이제 '카푸어 족'시대로 돌입했다.'카푸어 족'이라는 단어, 분명히 요즈음 심각한 생활경제 문제, 건전한 소비를 좀 먹는 사회경제 문제로 부상했다. 기자는 오래전 대학시절 읽었던 한 심리학 책의 내용이 떠올랐다 “모든 과시욕구는 본인의 콤플렉스에서 시작된다”

심리전문가들은 ‘카 푸어족’의 주된 원인에 대해 고시,원룸 거주자, 비정규직, 소기업, 저학력자들이 인정받지 못하는 현재 사회에서 소득에 어울리지 않는 지출을 하는 것이 어느 정도 ‘사람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다른 사람들에게 모욕당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진단한다.

카푸어에 빠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람대접을 받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성공하기보다는 대출을 받더라도 호화로운 차를 사는 등의 행동으로 성공을 외적으로 부각시키기는 게 빠르고 쉬운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자연스레 미래를 위한 준비나 저축보다는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지금의 소비 패턴을 선택한다. 문제는 카푸어족이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을 더욱더 열등감에 빠지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권병찬 kbc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