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방송=권병찬 기자] 공군 전투기 조종사들이 당장이라도 출격할 수 있어야 할 '비상대기' 중에 수차례 술을 마신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공군은 당초 음주를 주도한 1명만 경징계 처분했다가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다시 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제10전투비행단 조종사 16명이 지난해 8월 말과 9월 초 비상대기실에서 술을 마신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해 6월 북한 목선 사건으로 국방부 장관이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한 지 불과 두 달 만이었다.

음주는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처음에는 선임 조종사인 A 소령 주도로 맥주 한 캔을 8명이 나눠 마셨고 그다음엔 맥주 1.5 리터 한 병을 8명이, 마지막엔 맥주 1캔을 2명이 나눠 마셨다. 이들은 출격에 대비해 비상대기 중이거나 대기에서 막 해제된 상태였다.

언제 전투기를 몰아야 할지 모르는 조종사들이라 비상대기실에선 소량의 음주라도 심각한 규정 위반이다. 공군은 올해 2월에서야 뒤늦게 신고를 통해 이 사건을 인지했다. 최초 조사를 실시한 비행단 자체 징계위원회에서는 음주를 주도한 A 소령에게만 경징계인 견책 처분을 내렸다.

다른 후배 조종사들은 마지못해 술을 마셨다고 보고 징계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공군본부는 소량의 음주라도 상황이 엄중하다며 다시 감찰 조사를 실시했다. 결국 술을 마신 조종사들과 지휘 관리 책임자 모두에 대해 징계 절차가 다시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