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스루’, 법조계의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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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스루’, 법조계의 반응은?
허영(헌법학) 교수,“차량집회에 대한 처벌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 위헌적 발상”
  • 입력 : 2020. 09.28(월) 20:27
  • 권병찬 기자
[신동아방송=권병찬 기자] 정부가 예고된 개천절 '드라이브 스루' 집회(차량 집회)와 관련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모든 형태의 집회를 원천차단한다고 밝힌데 대해 시민들은 헌법상 '집회의 자유' 보장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5일 8·15 집회참가자 국민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금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관계차관회의를 열고 개천절인 다음 달 3일 차량 시위를 포함한 일체의 불법 집회를 원천 차단하고, 집회 강행 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다수의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경찰이 (차량 집회에 대해) 이중·삼중 차단을 말하는 것은 이 정권을 비판할 길목을 막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차량 집회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막는 것도 옳지 않다"라며 "방역에 지장이 없으면 막을 근거가 있나. 법을 잘 지킨다면 그것은 국민의 권리"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개천절 집회 금지법'을 발의했다. 허영 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집회를 불허한다고 하니 드라이브 스루 집회를 하겠다는 건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법조계의 반응은 어떨까? 경찰이 개천절 차량집회에 참여하는 차량에 대해 면허취소 방침을 발표한 데 대해 현직 부장판사가 면허취소의 법적 근거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면허취소의 근거가 궁금하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도로교통법 93조의 운전면허 취소조항에 차량시위가 취소사유가 된다는 직접적인 규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 사항들을 따져봐야 한다고 적었다. 1)우선 그런 행위가 집회나 시위의 범위에 포섭이 되는지, 2)그 경우 어떻게 위법한 행위가 되는지, 3)도로교통법 93조 개별 항의 어디에 해당해 면허취소 사유가 되는지, 4)면허취소 처분이 최소침해 원칙(국민의 권리침해는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 등 행정법 원칙을 위반하지는 않는지,

5)이런 요건들이 충족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단속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할지, 6)결국 행정소송으로 법원 판단이 이뤄질 때 과연 납득할 만한 수준인지 등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25일 시민들의 개천절 집회 강행 방침에 대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차량을 이용한 ‘드라이브스루’ 형식의 집회에 대해서도 “불법 차량 시위 운전자는 현행범 체포·벌금부과 등 사법처리는 물론, 운전면허 정지·취소를 병행하고 차량은 즉시 견인하겠다”고 했다.

도로교통법 93조는 운전면허 취소·정지사유로 음주운전, 난폭운전, 뺑소니 등 20가지를 정하고 있다. ‘시위 참여 차량’은 이중 어느 조항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청이 ‘취소’처분을 하려면 위 사항들을 꼼꼼히 따져 국민 권리침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게 김 부장판사의 주장이다.

김 부장판사는 그 이유에 대해 “(시위참여를 이유로 한 면허취소 방침은) 국민의 신체의 자유, 이동의 자유, 집회 및 시위의 자유 등 치명적인 기본권을 심대히 제약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공복(公僕)이 감히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때는 그렇게 신중하고 진지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그것이 공무원의 의무이고 바른 태도”라고 했다.
그는 “이 모든 절차를 생략하고 그 인근에 차를 타고 가기만 하면 면허를 취소하겠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국민에 대한 협박으로 오해될 수 있다”고 했다.

상당수 법조계 인사들도 “법적근거가 없는 위헌적 발상”는 입장을 내놨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 지난 7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대표의 석방을 촉구하는 차량 시위가 허용된 것과 비교해서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헌법학)은 “차량집회에 대한 처벌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했다. 과잉금지원칙이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데 있어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는 헌법상원칙이다.

허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은 막아야 하지만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헌법상 기본권과 이익형량을 해서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고도 방역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며 “방역 목적만을 위해 기본권 행사를 막는 것은 위헌”이라고 했다.​

그는 ‘면허취소·정지’방침이 법률유보 원칙에도 위반해 위헌이라고 했다. 법률유보 원칙은 기본권 제한은 반드시 국회가 만든 법률에 의해야 한다는 헌법상 원칙이다. 허 교수는 “현행법상 차량 집회를 이유로 면허정지·취소를 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찰의 처벌 방침이 “사실상 집회 허가제로 위헌”이라고 했다. 헌법 21조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집회에 대한 허가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2003년 결정문에서 “집회금지는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 한해 가능하며, 집회 자유를 보다 적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을 모두 소진한 후에 고려될 수 있는 최종 수단”이라고 했다. 집회의 자유를 그만큼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승 연구위원은 “'집회의 자유'의 헌법상 지위에 비춰 ‘드라이브스루’집회 또한 그 자체가 감염병예방법 위반이 아니라면 제한할수 없다”고 했다. 그는 “경찰은 ‘내려서 취식할 경우 등이 위험하다’고 하는데 그런 식이면 모든 집회·시위를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드라이브스루'로 실제 교통방해가 발생하면 일반교통방해로 처벌하면 되고, 내려서 시위하면 집시법 내지 감염병관리법 위반으로 처벌하면 된다”고 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인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적정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도로교통법 46조, 공동위험행위의 금지 조항에서 2대 이상의 차량이 줄지어 통행하면서 위해를 끼치거나 위험 발생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서 이를 근거로 경우에 따라 면허를 취소할 수는 있다”고 했다.

고문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전 헌법학회장)는 “(집회 금지 등이)법률 유보 원칙에 적합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제한이냐가 중요하다”며 “정권 비판에 대해 경찰청장이 나서서 집회를 불허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드라이브 스루 집회 금지방침에 대해 “차량을 통한 것이어서 집단감염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며 “이런 식이면 현재 전국에서 하는 드라이브스루 코로나 검진도 막아야 한다”고 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도 ‘면허취소·정지’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청장이 ‘불법 시위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 고는 할 수 있다. 집회 불허 처분이 법원에서 취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집회 강행은 불법집회가 맞다.”고 했다.

하지만 “이 정도를 넘어 ‘면허취소·정지’ 등 구체적 조치까지 언급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을 지켜야 하는 경찰청장으로선 과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은 현 정부와 경찰에 대해 매우 어이없어하고 공분하고 있다. 한 시민은 “치사한 XX들 너무 유치하고 노골적이지 않나? 차량시위가 어떻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퍼뜨리나? ”라며 격분하고 있다.
권병찬 기자 kbc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