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지바고(Доктор Живаг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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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닥터 지바고(Доктор Живаго)
  • 입력 : 2021. 12.01(수) 13:09
  • 조도환 논설위원
사진=닥터 지바고. 연합뉴스 갈무리
[sdatv=조도환 논설위원] 라라의 주제곡이 흐르면서, 러시아의 환상적 겨울풍경과 눈과 얼음의 궁전으로 변해버린 집에서 주인공의 애틋한 사랑이야기와 이별이 애절한 장면의 영화 닥터 지바고는, 유리·라라·토냐·보리스·빅토르·파불리야·니콜라이·카챠·미하일..... 등등등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스토리는 잘 정리되지 않았던 영화로 남아있다.

책으로도 읽기가 힘들어 몇 페이지 넘기다, 넘기다 내려놓곤 하면서 끝내는 읽어낸, 영화도 출연진이 너무 많아 ‘라라의 테마’와 기차가 눈을 헤치며 나가던 장면 등이 인상 깊던 영화로 남았으나, 유교적 풍습이 강하던 시대에 본 영화라, 그 배경이나 유리와 라라의 러브스토리가 큰 충격으로 다가온 영화였다.

러시아의 저명한 시인으로, 유일한 장편 소설인 ‘닥터 지바고’의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러시아 혁명 이후 소련의 체제를 반대한다는 뜻에서 군의관이란 뜻의 ‘닥터’를 등장시키는데, ‘닥터 지바고’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군의관 지바고’로, 일반 의사(врач, 브라치)가 아닌 ‘닥터’를 등장 시킨 이유는 작가가 시인으로 활동했을 당시, 러시아 혁명의 여파로 죽거나 멀리 떠나버린 동료들에게 진 빚을 갚고 속죄한다는 의미가 컸다고 한다.


혁명전의 러시아는, 니콜라스 황제가 마술과 미신에 빠져 국정을 돌보지는 않고 향락에 몰두하자, 같은 종류의 간신들이 꼬여들어 민심 이반이 가속된 상태로, 이 때 죄를 통해 구원을 얻는다는 뜻의 '탕아'이자 ‘최면술사’이며 무당인 ‘그리고리 라스푸틴’이 나타나 황태자 혈우병을 치료하며 신임을 얻게 되고, 이를 틈타 여제를 유혹해 전횡을 휘두르며 귀족 부인들을 차례로 유혹해 귀족사회를 장악하지만, 당시 제정러시아는 불륜과 퇴폐, 부패가 만연한 시대라, 자신들보다 더 타락했던 불사신 라스푸틴을 귀족들은 강물에 빠트려 죽이게 된다.

혈우병을 앓던 황태자는 브라치(의사)의 처방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했는데, 라스푸틴은 아스피린의 사용을 멈추게 했고, 혈전 용해제인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하면서 황태자의 혈우병 증상이 개선되자 황제는 라스푸틴을 신임하게 되었고, 그러자 라스푸틴은 신경안정제, 코카인, 모르핀 등 약물과 미신을 동원해 황제와 황후, 귀족 부인들을 중독 시키며 그들을 노예로 만든다.

이처럼 일개 최면술사, 무당이 비선실세로 군림하며 황실과 귀족들을 장악하고, 권력층은 백성들의 굶주림은 아랑곳없이 라스푸틴이 뿌린 약에 취해 흥청망청 야한 짓만 하고 있었으니, 러시아 혁명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으로, 작가는 그 혼란을 역설적으로 말하고자 군의관을 등장시키고, 권력자 계부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주를 등장시키는 등 당시의 타락한 계층을 충실히 담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장엄한 러시아 평원과 우랄산맥, 기찻길 가득 쌓인 눈을 헤치며 전진하는 기차장면과 얼음궁전은 정말 아름다웠으며, '유리 지바고'와 '라라 안티포바'의 빛나는 미모와 로맨스는 엔딩 크레딧 이후에도 계속 아련함을 자아냈었다.

그런데, 라라는 코마로프스키라는 자신의 계부이자 정계의 실력자에게 성폭행을 당했으며, 이후 원치 않던 관계가 지속됨에 환멸을 느낀 라라가 그를 죽이려다 유리 지바고를 만나며 이야기가 시작되는 영화는, 유리 지바고도 토냐와 결혼한 유부남이며, 라라도 혁명가인 파샤와 결혼한 유부녀지만, 제1차 세계대전 중에 다시 만난 둘이 사랑을 하게 된다는 것이 이야기의 큰 줄거리로, 결국은 성폭행, 성상납과 불륜을 ‘닥터 지바고’는 아름다운 러시아 풍경에 비벼낸 것이었다.


극중 라라는 자신의 어머니情夫(정부)이자 정계의 실력자인 코마로프스키와 원치 않는 관계를 지속적으로 맺게 된다.

라라 역을 맡은 배우의 본명은 '쥴리 크리스티'다.

삼국지를 물어보는데 뜬금없이 ‘닥터 지바고’ 이야기를 더듬거리면서 답변한 것은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나름의 중요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이 머문다.

(《김두일의 브런치》 윤석열, 뜬금없이 《닥터 지바고》 이야기를 한 이유? (feat. 쥴리)
2021.11.29. 굿모닝충청)


세상에 우연은 없다.
특히 미신을 신봉하는 자에게는 더더욱 말이다.



조도환 논설위원 smspd1@naver.com